스토리1

이런 곳이였으면.....

와룡골 2007. 11. 24. 11:21

        그런 곳이였으면...

                  

이곳은,
불가에서 처럼
"오는 사람 막지 아니하고, 가는 사람 잡지 아니하는..."
그런 곳이였으면 합니다.

 

작은 산새와 솔잎 흔드는 바람 찾아와
잠시 머물다 가는
고즈넉한 산사같은, 그런 곳이였으면 합니다.

 

혼자 먼길 떠돈 여행객이
언제나 들러
지친 영혼 잠시 쉬어 가게 하는 그런 곳,

 

그가 마주한 탁자위에는
창으로 스며든 가을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 앉고,
마시다 내려둔 찻잔에선
그 햇살을 거슬러 짙은 커피향이 피어 오르며...

그의 시선이 머문 창 밖은
O 헨리의 <마지막 잎새가>가 생각키워지게 하는
그런 자리였으면 합니다.

 

그기엔
수다스럽지 않으면서
해맑게 미소 머금은 그런 마담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절대로
껌을 소리내어 씹거나
텅빈 헤픈 웃음 아무에게나 흘리는
그런 천박함이 있으면 안됩니다.

 

무리지어 온 손님들
가운데 자리 차지하고 앉아
자신들만 아는 얘기 큰 소리로 떠들어 대는
그런 곳이어도 안됩니다.

 

행여
얼마전 까지만 해도 고운 감성으로 예쁜 글 올려주고
재치있는 꼬리글도 달아 주던
그런 정겹든 몇몇 님들의 닉이 보이지 않음은

그런 까닭에선가 싶어서 입니다.

 

세상사에
어찌 오고 감이 없을까 만은
"절이 싫어 가벼운 중이 떠남"은

배려의 깊이가 부족한 때문이리라..

 

아니,
이렇게 까다롭다 보면
찾는 사람이 없어
카페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면 생계는 누가 책임 집니까?
 
그것은 나도 모릅니다.

 

그러나
낙엽이 지고.눈이 내리는 계절쯤이 되면
그만큼 시간이 지나면,
아픈상처 안고 외롭게 살아가는 많은 님들
오염되지 않은 이곳 찾아와
난로가 둘러 앉아 도란도란 밤새워 인생을 얘기 하며
매상 올려 주는이 많을 지....

 

카페 OOOOO는
그런 품격있는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어느 늦은 가을날, 어느 싱글 카페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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